1. 한국얀센 지원 동기 ==========================================

유명한 회사였죠. 그 압박면접과 영업지상주의로.
작년에 주위 98선배들이 지원하고 떨어졌다는 소리를 먼 발치로 듣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알게된 회사. 올해 상반기에 97학번 선배(?)가 합격하기도 했고, 또 그 선배의 아주 만족스런(?) 모습에 호감을 갖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진짜 원서를 제출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워낙 많은 일들이 동시에 그리고 빠르게 진행되던 2학기였고...
전 나름대로 뜻을 두고 언론고시 준비를 하던 중이었으니까요.

나이 제한과 (78년생입니다) 여러 집안 사정 등으로 쫓기는 신세였던 저는 백수로 내년까지 언론고시를 끌어갈 자신감도,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만약을 대비해서 일반 기업에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신문방송학과를 제2전공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홍보업무나 미디어 관련 부서로 소신지원을 했더랬습니다. 결과는 ... 아시다시피... 서류조차 통과 못하는 현실. -.-;

그나마 언론사나 공사를 빼고는 서류전형에서 제 스펙을 받아주는 회사가 없더군요.
그 역시 언론사나 공사는 필기시험이라는 완벽한 필터 시스템이 있긴 하죠. -.-

그러던 차에 99학번 동기가 얀센에 지원하자고 하더군요.
압박 면접을 직접 경험해보면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취업준비를 시작하던 초기였으니 어디서든 면접에 불러주리라 막연히 낙관했었고, 그 면접들을 위한 좋은 연습장이 되리라 생각했었습니다.



2. 1차 면접 ===============================================


그나마 일반 기업 면접은 두번 보았습니다.
기업 면접으로는 처음 본 하이닉스였지만, 그 전에 코바코나 언론사 면접을 경험으로 나름대로 안정된 면접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연기되는 발표로 불안해지더군요. 그리고 저의 낙관은 비관으로 변했고, 결국 14일 발표. 떨어졌습니다. ㅡㅡ; 제가 생각해도 참 개성없고 허접한 면접이었습니다.

아무튼, 하이닉스 발표가 1차 연기된 상태에서 얀센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아직 하이닉스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넘쳐나던 때였기에 더욱 여유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압박면접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었기에 다른 것보다는 마음의 준비만 했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나마 면접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얀센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괜찮은 회사군. 해볼 만한 일이겠군. 오히려 기회일수도. 등등...
엽업의 단점만큼 장점이 부각되면서 묘한 승부사 기질도 작용한 듯합니다.



저는 제기동에서 1차 면접을 봤습니다. 1차 면접은 각가자 편한 지점을 지정했는데... 제기동이 대체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압박도 덜하고 말이지요.
저는 그렇게 편하고 만족스러운 면접은 없었습니다.

물론 결과야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마치 인생의 선배와 편한 상담을 하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대략의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 소개
-아버지의 직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영업에 지원하는 이유
-다른 영업직에 지원한 것 있나
-해외영업을 지원했다면 영어를 쓰고 싶은 거 아니냐
-다른 제약회사에 지원했나
-제약영업이 무슨 일인지 아나
-부산대학은 왜 그만두었나
-자취하고 있나
-평소 관심가지던 취업분야는 무엇인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한마디로 말하라, 이유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주량은 얼마나 되나
-담배는 태우나... 등등.

질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얀센 답지 않은(?) 평이한 질문들이었고, 말꼬리 물고 넘어지는 거 전혀 없었습니다. 나중엔 왜 압박안하냐고 오히려 제가 질문할 정도였습니다. 그랬더니, 저 같은 사람은 어떤사람인지 훤히 보인다고 하더군요. 순간 기자를 꿈꾸는 저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식은 땀이 나기도 했습니다. ㅡㅡ;

그렇다고 합격을 확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ㅡㅡ;
하지만 혹시나....하는 기대와 오기가 생기더군요.
언론사 전형이 계속되던 상태에서 얀센이라도 합격해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물론 얀센에 합격되더라도 언론사에 합격된다면 후자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사에 떨어지더라도 미련없이 만족하며 얀센에 입사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사실, 지금 그렇습니다.



3. 2차 면접 =====================================

2차 면접 일정이 잡혔습니다. 14일은 대한매일 3차 전형인 집단토론과 자유면접이 있었고, 16일엔 부산에서 친한 친구의 견혼식이 있었습니다.

1차 합격이 되어 무척 기뻤지만 대한매일에 더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대한매일과 얀센에 모두 합격한다면... 처음과 달리 고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우여곡절끝에 얀센 면접을 15일 토요일로 당겼습니다.
인사부에서는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기회를 주더군요.
그래서 16일 친구 결혼식에 다녀올 수는 있었지만...
왠만하면 면접 일자를 바꾸지 말라는 충고를 주변에서 수도 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ㅡㅡ; 결과적으로야 합격했지만....사실 좀 걱정되더군요. ㅋ

하지만 전 당당하게 면접을 치르러 갔습니다.
저도 얀센이라는 회사를 면접본다는 기분으로 말입니다.
역시, 대한매일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3차 토론면접 마치고 합격을 확신했으니까요. ^^;

그래서 정말 편안하고 여유있게 면접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막상 면접 전에는 떨리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2차 면접은 나름대로 압박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압박 경험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심하게 말꼬리를 물고 넘어지더군요. 하지만 끝까지 침착하게 여유를 잃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략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 소개
-영업 지원 경험있나
-다른 회사 어디 지원했나
-연수 가서 뭐했나? (한마디로 놀다 왔군, 그러시길래... 전..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맞습니다'라고 했습니다. ㅡㅡ)
-연수 가서 돈은 얼마나 썼나 (저보고 많이 썼다고 우기시더군요. 절대 아닌데)
-학교 다니면서 1년이상 장기적으로 꾸준히 열정을 가지고 한 일은 무엇인가?(제 대답을 다 거부하시며 그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결국은 저에게 학교다니면서 별로 한게 없다고 하더이다. ㅋㅋ)
-왜 영업을 지원했나? 여자들이 하기 힘들어서 잘 안 뽑는다. 왜 지원했나?
-제약 영업에 대해서 아는게 뭔가? (영업이 뭔지도 모르면서 지원하는 사람이 많다그러시더군요)
-제약 영업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았나? 왜 직접 발로 뛰어 알아볼 생각 안했나?
(어떤 지원자는 영업사원을 하루 종일 동행실습했다는 군요. 헉. 전 그냥 웃으며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했습니다.)
-부모님 한달 수입은 얼마나 되나
-남자친구는 있나, 얼마나 사겼나? 그럼 결혼은 어쩔생각인가?
-새벽에 하는게 있나?
-다 끝났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으니 마지막으로 할말있으면 하고 가라.

등등이었습니다.

질문마다 자기소개서와 대답을 바탕으로 말꼬리를 잡으시고 딴지를 거시더군요.
힘들었지만....그냥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 대답했습니다. 제가 곤란스러웠을지도 모를 신문방송관련이나 언론사 관련 질문을 안하시더군요. 다행히..


그렇게 나오는데 왠지 물건너간 기분이었습니다.
발표시기도 자꾸 늦혀지고...
합격이 기대되기도 하였지만 그렇게 걱정스럽거나 조바심 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4. 합격 후기 ============================================

얀센 발표가 미뤄지는 가운데 대한매일은 최종 면접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한매일 발표날 제 이름은 없었습니다.
정말 실망스럽고 안타깝더군요. 사실상 저의 마지막 언론고시였으니까요.

전 .. 기자의 꿈은 반쯤 접은 상태에서 후일을 도모하기로 하고 일단 중소기업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연봉이니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어떤 식으로든 직장생활을 경험하고 싶고 사회초년생으로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모두 낮추고(?) 있는 상태에서 12월 1일 한국 얀센의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정말 믿을 수 없고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면접이란...정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합격된다는 기분이 이런 것이더군요.
남들은 중복 합격되어 이중의 행복과 이중의 고통(?)을 갖는 분도 계신데..
전 얀센 합격 이후 진행중이던 모든 입사전형을 접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자를.....포기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자가 된다는 것은 제 꿈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이었지
제 인생의 '목적'은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것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자기비판과 자기반성의 기본원칙이었죠.

비록 기자는 못 되었지만, 저는 얀센의 영업사원으로서 제 인생의 '목적'과 '목표'를 이루어 갈 생각입니다.
물론 '기자'가 된 것보다 더 많이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만,
더 많이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지 않고, 자신의 북극성을 잃지만 않는다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있더라도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면접후기에서 주절주절 썼듯이, 그리고 여러분도 깨달았듯이
면접이든 일상이든 '여유'가 중요합니다.
여유가 있어야 자신감이든 꿈이든 뿌리를 내릴 수 있으니까요.

저는 여유 없이 너무 쫓기며 살아왔습니다.
남들과 다 같은 24시간을 쓰면서 쫓기며 산다는 것은
결국 저 자신의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음... 제가 이런 말한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유를 가지시고 대범하게 소신을 펼치십시오.
그리고 길은 꼭 한가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늘 가던 길이 아니라고 주저하지 마시고 첫 발을 내디디시길 바랍니다.